호출 - 특이한 유혹
제목: 호출
저자: 김영하
출판사: 문학동네 (2006. 09. 29)
처음으로 북로그에 올린 날: 2005. 03. 27
책을 많이 읽으면서 저절로 생긴 독서 습관 중에 하나는 한 번 feel이 꽂힌 작가의 책을 연달아 찾아서 읽게 된다는 것이다. 꼭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아니어도 있을 법한 습관이긴 하지만 보통 한 번에 여러 권의 책을 벌여놓고 이거 읽다 저거 읽다 하는 습관이 있는 나에겐 꽤 생각하기 어려웠던 습관이다. 나의 이런 습관을 만드는데 기여한(?) 작가가 김영하님... 그리고 밀란 쿤데라, 파울로 코엘료 등... 김영하님이 쓴 소설의 매력이라면 그 만의 특이한 소재들, 특이한 발상법, 깔끔한 문체... 그 중에서도 항상 나를 감탄하게 만드는 것은 글의 길이를 조절하는 힘이다. 떠날 때를 아는 사람처럼 그는 글을 끝맺을 때를 아는 사람같다. 그의 단편소설을 읽어보면 그의 그런 능력이 항상 돋보인다. 보통 글을 읽다보면 "이 소재 가지고는 좀 더 쓸 수 있었을텐데... ", "이거 너무 질질 끄는거 아니야? 적당히 좀 하지..."하고 생각하는 때가 있는데 그의 소설에서는 나의 이런 생각에 허를 찔리는 기분이다. 더이상 꼬투리를 잡을 수 없을 것 같은 그의 감각과 기술... 항상 감탄한다. 단편 소설집 호출... 이 책 속의 단편소설 11편을 쭈욱 둘러보면 마치 11색 색연필통을 들여다보고 있는 기분이다. 하나도 같지 않은... 제각각의 색깔로 채워진 색연필통... 그리고 나도 모르게 에셔의 그림이 떠오른다. 왜이렇게 이 작가는 글자로 나의 시각을 자극하는 것인지... 어느 것이 현실이고 허구인지,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내가 장자인지 나비인지...나도 모르게 그의 소설 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허우적대기 일쑤이다. 독특한 세계로의 초대...아니 유혹... 모두 받아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