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H의 지난 독서

내가 만난 일본 미술 이야기 - 친근하면서도 신선한 그림들

pH7.0 2012. 5. 25. 14:49

제목: 내가 만난 일본 미술 이야기

저자: 안혜정

출판사: 아트북스 (2003. 07. 30)

북로그에 처음 올린 날: 2005. 03. 29

 

수묵화, 수묵담채화, 채색화 등등 서양의 문화에 노출되기 이전 한국, 중국, 일본의 그림을 보면 상당히 비슷한 점이 많이 있다. 일단 대부분의 그림에서 먹을 써서 그린다는 기본을 공유하고, 산수화, 인물, 정물 등 비슷한 모양새의 소재를 이용한다. 각국 문화의 특징에 따라 세밀한 면에서는 차이를 보이지만 큰 줄기를 공유한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 미술 교과서와 서점 가면 조금씩 구경하던 그림책이 고작이던 때에는 한중일 그림들이 다 그게 그거라는 식의 생각을 했었다. 별 차이 있겠어...라고... 대학교 들어와서는 고흐, 클림트 같은 서양 화가에 빠져 우리 나라 우리 문화권의 그림을 등한시 했었다. 우리나라 작가들의 그림에 다시 진지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아이러니 하게도 일본 그림 때문이다. 일본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막 시작했을 무렵 백화점에서 호쿠사이의 판화를 재현하는 사람을 보고 느꼈던 충격과 신선함이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아... 이렇게 다른 모습이 있구나... 그렇다면 우리나라는?"하고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 이제는 확실히 얘기할 수 있다. 한중일 그림에 확실히 차이가 있다고... 큰 줄기는 공유하지만 각국에서 그 나라 문화에 맞춰 자신들만의 그림, 개성을 만들어 냈다고... 그 특색을 다들 좀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하고 싶다. 한동안 불던 미술책 바람 속에 서양 미술사, 서양 그림 이야기책이 주류를 이루고 (다행스럽게도) 간간이 우리 미술 이야기가 있었는데 일본의 미술이야기를 일반 독자가 읽기 좋게 풀어놓은 책은 참 찾아보기 어려웠다. 우리와 큰 줄기를 공유하기에 비슷하면서도 확연히 다른 일본의 미술...그 차이를 즐겁게 살펴볼 수 있는 책이었다. 나 같은 경우 궁금증과 호기심에 일본에서 일본 회화전을 다녀봤지만(일본어 실력이 부족한 탓에...) 늘상 그림만 머리에 남을 뿐, 누가 그렸고, 어떤 류의 그림인지, 어떤 뒷이야기가 있는지 등등 또다른 궁금증을 남길 뿐이었다. 내가 궁금해하던 대부분의 인상적인 일본 작가가 연대기별로, 파별로 그림과 함께 잘 나와있다. 같으면서도 다른 우리... 상대방의 특색을 알아볼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아쉬운 점 한 가지라면...(내 욕심이지만...) 글 속에 은근히 드러나는 저자의 방대한 자료량이 책 속에 더 실릴 수 있었다면...하는 아쉬움이었다. 역으로는 작가의 성실한 자료수집과 집필에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