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하얀 가면의 제국: 오리엔탈리즘 서구 중심의 역사를 넘어
저자: 박노자
출판사: 한겨레신문사 (2003. 12. 23)
북로그에 처음으로 올린 날: 2005. 04. 14
전화로 학교 선배라며 통사정을 하는 통에 작년에 1년간 한겨레21을 구독한 적이 있다. 일종의 강매였지만 예전에도 한겨레21은 종종 사서 보던 터였기에 크게 후회하지는 않았다. 1년간 한겨레21을 구독해 보면서 가장 즐겨보았던 글이 박노자 교수님이 쓰신 부분이었다.
귀화를 하셨기때문에 한국사람이긴 하셔서 가짜, 진짜라는 표현을 쓰는데 좀 무리가 있긴 하지만, 어릴 적부터 국사교육을 받고 자라는 토종한국인보다 "진짜 한국인"이라는 말이 걸맞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국적버리고 미국시민이 되고 싶어 안달을 하는데 이런 분이 귀화하셔서 같은 한국사람이 되었다는 것에 대단히 자부심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했다.
본론인 책 내용으로 들어가보면 서양의 강대국, 동양의 일본 등 강자의 논리로 세뇌를 당하는 보통 사람들이 알기 어려운 약자들의 실상이 담겨있는 책이다. 하얀 가면을 쓰고 세상을 좌지우지 하는 강자들의 그 하얀 가면의 이면을 볼 수 있었다. 미국 이권의 희생자가 되어버린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사람들, 러시아의 그늘에 가려있는 체첸 등 동구 사람들, 시리아 등 아랍계 사람들의 어려움 등등... 우리가 보고 들어서 전부라고 생각하는 미디어 그 이면에 가려진 실상을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조목조목 짚어주는 책이다.
물론 그 강자와 약자의 이야기 속에 빠지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이다. 한국학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한 사람의 한국인으로서 외국의 미디어와 서적에 오리엔탈리즘으로 엮어져 있는 우리나라에 대한 잘못된 또는 50% 부족한 부분에 대한 논증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여전히 타자화 되어있고, 오리엔탈리즘으로 정형화 되어 있는 우리가 그들의 가면을 벗겨내기는 역부족이라는 현실을 생각하면 좀 답답해지기도 했다. 그래도 벗겨내지는 못해도 적어도 들춰보고 그 속내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는 사실로 아쉬움을 달래야할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박노자 교수님의 한국 편들기(?)에 너무 빠져버리면 안된다. 이 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그것이 아니다. 일제 식민지라는 어려움을 겪었기에 다른 나라의 어려움도 동감을 하고 알아줘야한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당장은 교수님도 독자들도 돌아가는 세상을 어찌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또 다른 약자들의 어려움을 알고 이해한다면 적어도 우리는 또 다른 약자를 만드는데 덜 또는 전혀 기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약자를 보듬을 줄 아는 사람이 많아지면 언젠가 이 세상이 더 나아지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품게 되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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